심해어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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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여 년쯤 전이다. 그 때의 나는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지금의 금발과는 다르게, 나는 단정하게 자른 검은 머리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쓴 모범생이었다. 말수와 친구는 거의 없었고, 성적은 톱이었다. 다만 어긋나고 비뚤어진 심성만이 그대로였다. 그는 겉보기엔 지금과 별 다를 것은 없었다. 숯 적은 단발에 창백한 피부. 작아 보이는데 키는 은근히 크다. 다를 것이 있다면, 그 때의 그는 어쩐지 필사적이었다.

  - 넌 뭐가 불안해서 그런 짓을 다 하냐.

  내가 그에게 던졌던 질문이었다. 그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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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득진득한 무언가가 목구멍 속으로 잔뜩 달라붙었다. 벌레처럼 살갗을 기어다니는 공기는 차가웠다. 멍한 기분으로 시계를 바라보니, 시간은 이미 일곱 시였다. 그는 작은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다. 잔뜩 웅크린 채로 새우잠을 자는 나와는 달리 곧은 자세였다. 잠시 그를 바라보던 나는 그를 흔들어 깨웠다. 나 때문인지 잠이 옅은 그는 금방 눈을 떴다. 반쯤은 감겨 있었다.

  - 일어나.
  -
.
  - 일어나라니까. 나 밥해줘. 배고파.
  -
…어… 알았으니까 그만 흔들어.

  실망스럽게도 부족한 잠은 그의 냉정을 무너뜨리기엔 아직 역부족인 모양이었다. 입을 조금 내밀고 있자니 그가 느리게 일어나 고개를 조금 흔들었다. 눈 아래에 피곤이 거멓게 쌓인 것을 보아 간밤의 섹스가 버거웠던 모양이었다. 사실 밤에 한 잠도 자지 못한 나도 제정신은 아니었다. 그것을 알아챈 그는 내게 입을 맞추며 물었다.

  - 괜찮아?
  - 견딜만 해. 밥이나 해줘. 먹고 잘 거다.
  - 밤에 뭐 했는데.
  - 곡 썼어.

  섹스를 마치고 그가 잠든 후부터 주욱 쓴 노트북은 과열되어 있었다. 그는 뜨끈뜨끈하게 달아오른 노트북 전원을 끄고 욕실로 들어갔다. 나는 멍한 기분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밤 시간에 잠을 자지 못하는 나로서는 밤낮에 당연히 뒤바뀔 수 밖에 없다. 이 생활에 적응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지마는 아직까지도 밤을 새울 적마다 눈이 따끔거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가 들어있는 욕실을 흘금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벽 한칸을 차지한 네모진 어항은 고요했다. 베타는 잠을 자는지 깨어 있는지 모르게 눈을 뜬 채로 동동 떠 있었다. 새끼, 넌 좋겠다. 거긴 물속이니까 눈 따가울 걱정 없겠네. 부러움을 담아 욕설을 던져주고 어항 옆 포대에 손을 넣어 물고기 밥도 한웅큼 넣어주었다. 베타의 꼬리가 살랑거렸다. …언제였던가. 꿈에서 본 장면이었다. 조개같이 커다란 흰 꼬리가 살랑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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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이란 무의식 상태에서 휴식을 취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꿈은 뇌의 활동상태가 각성시의 것과는 달라지면서 일어나는 표상의 과정이다. 대부분 시각적 심상이며, 때로는 청각, 미각, 후각, 혹은 운동감각과도 관련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럴 것이다. 나도 그와 크게 다른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나의 꿈이 다른 이들의 것과 다른 점이라면ㅡ

숨을 쉴 수가 없어
왜…? 거기 있는 것 만으로도…?
  존재감.

  괴물, 인간, 동물, 하다못해 책상 위에 반토막난 몽당연필이라도. 온 몸을 짓누르고 숨조차 쉴 수 없게 하는, 그런 존재감. 주로 출몰하는 괴수들은 더하다. 잠든 중에 눈물을 흘리는 일도 비일비재, 이 나이 먹고 이불에 지도 그린 적도 여러 번. 정신과 상담도 여러 번을 받아봤지만 도당체 알아먹을 수 없는 복잡한 용어들과 수식어들로 나열된 말 속에는 '일단은 수면제를 처방해줄테니 그거 먹고 푹 자봐라. 마음을 편히 먹고 잠들어라. 잠이 잘 오는 아로마 요법과
족욕과 기타 등등을 병행해봐라. 당신이 말하는 존재감은 심리적인 요인일 것이다.'…라는 내용밖엔 없는 것이다.

  다행이도 밤에 잠을 잘 때만 해당되는 사항이고, 아침과 낮 시간에 잠들면 꿈을 꾸지 않는다. 밤에 작업을 하고, 아침에 잠들어서 오후 느즈막히 깨고, 공적인 일은 저녁 시간에. 지난 1년간 몸에 배인 생활 패턴이었다. 얽매여 일하지 않는 프리랜서인데다 돈이 썩어나는 집안이라 망정이지 그렇잖았다면 서울역 앞에 나앉았을지도. 다만 여전히 밤에는 졸리웁고 눈이 따가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맛있다.

  장조림을 씹으며 말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만 먹지 말고 나물이랑 김치도 먹어. 김치도 씻어먹지 말고 그냥 먹어. 고추가 몸에 좋은 거야. 잔소리를 늘어놓는 그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난 장조림의 고기와 메추리알만 입안으로 우겨넣었다. 그가 만드는 음식들은 다 맛있지만 그의 김치는 정말 눈물나게 맵다. 고추도 자주색으로 잔뜩 말라비틀어진 요상한 것을 쓰는데, 그게 그렇게 매울 수가 없다.

  - 니가 만든 김치는 너무 매워.
  - 적당히 매운 것도 몸에 좋아.
  - 그게 어딜 봐서 적당히야
….

  시시껄렁한 잡담을 주워섬기며 밥을 먹던 중 그의 옷차림에 눈이 멈췄다. 그는 양복을 입고 있었다. 밝은 갈색 계통의 슬림핏 정장. 거기에 넥타이와 넥타이 핀은 내가 생일선물로 사준 노랑 미키세트. 사실 그를 놀리기 위해 선물한 것이지만 그는 마음에 든 모양인지 잘만 차고 다녔다.

  - 너 정장 정말 안 어울린다.
  - 질투하냐, 최초딩.
  - 아니
… 진짜야. 너한텐 노랑이 잘 어울려.
  - 그래서 넥타이 노란 걸로 찼잖아. 네가 허구언날 그 소리만 하니까.
  - 노란 정장은 없나
….
  - 밥이나 먹어.

  사실은 잡아두고 싶다. 빌어먹을 재킷을 벗기고, 넥타이도 풀어헤치고, 와이셔츠도 뜯어버리고. 별다른 흑심은 없다. 다만 그가 출근하고 나면 몸서리쳐지게 큰 집 안에 홀로 덩그러니 남겨지는 것이 싫을 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신이 비운 밥그릇과 수저를 들었다.

  - 나 이제 다녀올게. 얼른 자.
  -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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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모호한 데서 끊었고<? 근데 2편엔 별 내용이 없음. 응? ^_^

2편에서 밝혀진 것. 1. 무현과 서운은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2. 무현이 밤에 자꾸 잠이 들지 못하는 이유는 꿈의 존재감 때문.
                          3. 서운이 담군 김치는 겁나 맵다. 4. 최초딩은 노랑을 좋아한다.


최무현 & 이서운  :: Drawing



최무현& 이서운. 다른 말로는 최초딩과 이대인배<?? ㅋㅋㅋㅋㅋㅋㅋ심해어 쓰려고 만든 자캐 두 명. 시간이 없어서 1편밖에 못 썼지만. 여튼 그림은 근래 그린 그림 중 가장 잘 나온 듯? 다만 최초딩 신발에 명암을 깜빡했........미안하다 무현아;_;

둘이 키는 비슷하게 크고 최초딩이가 좀 큰 정도. 이대인배는 애가 말라서 크다는 느낌이 잘 안 드는데, 막상 최초딩 옆에 서보면 최초딩이 은근히 위기의식 느끼는(!) 뭐 그 정도? 근데 이서운은 흑발인데 내가 색 톤을 흐리게 한답시고 회색으로 칠해버렸음. 내가 널 반백으로 만들었다 서운아 미안해<?

심해어 - 1  :: Writ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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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고기는 눈을 감지 않는다.

  베타와 눈싸움을 하다 중도포기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조개같은 꼬릴 가진 열대어 주제에 몸집이 컸다. 어항은 좁지 않았고, 단 한 마리의 열대어 베타만이 꼬리를 흔들며 헤엄치고 있었다. 바닥에 깔린 자갈은 깨끗한 흰색, 인조 해초와 바위 틈 사이에는 작은 물고기 집이 있었다. 베타는 그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저 이 곳에서 저 곳으로, 저 곳에서 이 곳으로 헤엄쳤다. 가끔 그는 베타가 쓸쓸해보인다면서 열대어 한 마리를 더 사오자고 했으나, 나는 고집을 부렸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미끄러졌다.

  산소공급기가 물 속으로 산소를 뱉어냈다. 누르면 터질듯한 공기덩어리들이 부글거렸다. 베타는 그 산소를 받아마시고 또 먹이를 받아먹고 유유히 헤엄쳤다. 먹고 숨 쉬고 움직이고 자고. 나와 별로 다를 게 없는 일상이구나. 나는 베타를 바라보았다. 베타는 움직임을 멈춘 채 가만히 떠 있었다. 물고기는 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다. 그렇다면 넌 지금 잠을 자고 있을까. 꿈을 꾸고 있을까.

  행여 나처럼 끝없는 꿈에 시달리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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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쫓기듯 눈을 떴다. 사위는 어두컴컴했고 천장과 벽에 덕지덕지 붙여놓은 야광별과 달만 노랗게 빛났다.
등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턱까지 차오른 숨은 가쁘고, 흠뻑 젖은 미키마우스 티셔츠는 살갗에 잔뜩 달라붙어 있었다. 잠시 덥다가 곧 젖은 자리마다 축축하게 차가워졌다. 왜 눈을 떴을까, 곰곰히 생각하며 동시에 답을 떠올렸다. 지난 세 달간 반복되어 온 일이기도 하다.

  - 정신차려, 최무현.

  무뚝뚝한 미성이 정신을 잡아채었다. 시선 아래쪽에 그가 있었다. 얇은 흑발을 헝클어트린 채였다. 잠에서 덜 깬듯 다소 멍한 표정이었다.

  - 내가 제때 깨운 거 맞아?
  - …어… 맞아….
  - 이번엔 무슨 꿈 꿨는데. 아주 죽으려고 하네.
  - 사자 몸에 여자 머리가 세 개 달린 괴수….
  - 잘 됐네. 여자 좋아하잖아.
  - 얼굴이 박지선 오나미 정주리….
  - 욕봤네. 너보고 결혼하자든?
  - 날 덮쳤어….

  그는 몽롱한 얼굴로 히죽 웃었다. 그가 그렇게 웃는 일은 드물게 있는 일이었다. 머리가 아파. 나도 모르게 칭얼대듯 말했다. 그는 차가운 손으로 이마와 뺨, 그리고 코와 입술을 쓸었다. 건조한 손바닥이 얼굴의 땀으로 금방 축축해졌다. 눅눅해진 손은 여전히 차가웠고, 옅은 우유 냄새가 났다. 그는 내 얼굴을 쓸며 물었다.

  - 더 잘래, 아니면 일어날래.
  - 그런 여자들한테 덮쳐지고 싶지 않아.
  - 일어나자.
  - 넌 왜?
  - 잠이 안 와.

  거짓말이다. 눈가에 졸음기가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마음대로 하라지. 난 습관적으로 그의 턱을 당겼다. 어두워서 입술을 찾지 못하고 잠시 헤메었다. 콧등과 뺨, 인중을 여러 번 핥고 입을 맞춘 후에야 키스를 할 수 있었다. 그의 입술과 혀에서는 우유 향에 분유 맛이 났다. 잠시 입술을 떼고 투덜거렸다.

  - 왜 맨날 우유만 먹는거야. 것도 분유 타서.
  - 몸에 좋아.
  - 살 쪄.
  - 난 좀 쪄야 돼.
  - 아.

  그건 그렇지. 키에 비해 지나치게 마른 그의 몸을 위아래로 훑다가 그냥 다시 입을 맞췄다. 그러는 너는 담배냄새가 너무 심해. 혀를 당기던 도중 그가 속삭였다. 그래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우유는 없어도 살지만 담배는 없으면 못 사는 거니까. 코웃음을 치며 입술을 떼었다. 입가로 흐른 타액을 대충 혀로 핥으며 그를 내 무릎 쪽으로 쓰러트렸다. 그는 무척이나 피곤한 기색이었으나,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나는 발기한 성기를 그의 입술로 느끼며 관계 전에 항상 하는 말을 되풀이했다.

  - 나 너 존나 싫다.
  - 알아.
  - 게이새끼.
  - 응.

  그는 무심하게 답했다. 입 안 가득 물고 있는 성기 때문에 대답하는 발음이 어눌했다. 혀와 입술과 그의 숨결이 말랑하고 뜨겁게 닿았다. 문득 나도 모르게 위 언저리가 쓰려왔다. 이상하다, 먹은 게 없는데. 그럼에도 몸은 열락에 가 닿았다.


  그러니까,

  그가 꿈을 꾸는 나를 깨운 지 일 년이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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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상당히 괴악하고 알 수 없는 취향의 소설이 될 것만 같음< 그러니까 초딩공과 무뚝뚝한데 배려는 세심한 대인배수의 조합이랄까......... 최무현과 이서운 일러스트는 그려놨으나 어쩐지 올리는 건 아주 먼 훗날의 일이 될듯.

얀 선찍


선찍찍찍찍찍....리퀘받기용으로 대충 그려둔거 ㅎ_ㅎ목도리는 저럴 때도 씀...

 :: Drawing



저래뵈도 전직 작곡가.
그러나 구상이 안 되면 일주일 잠 못 자는 건 기본이고(스트레스로 불면증 심화) 테이블 옆엔 빈 종이컵(커피의 잔해들)과 담배꽁초들이 수북수북 쌓여가겠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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